UXCampSeoul 2011에서 <Life On Mixed Reality - 인터넷 서비스의 진화로 시공간 경험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발표한 후 몇몇 분들이 발표 슬라이드를 공개해달라고 하셨다. 발표자료는 slideshare에 올려 공개했지만 그날 열띤 Q&A와, 이 발표에 대한 레퍼런스들을 알려드려 조금이나마 이 주제와 관련된 질문을 가진 분들과 함께 하고싶은 마음에 이 포스트를 적는다



Q&A

아래 질문은 UXCampSeoul 2011에서 있었던 질의응답 중 몇개를 선별한 것이다. 그날 했던 답변에 참고가 될만한 내용을 보완해 적는다.

질문1. 가상현실이 한때 인기였던 것 같습니다. 가상현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몇년 전 가상현실세계 서비스인 Second Life가 상당한 선풍적 인기를 끌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크게 주목받지 못합니다.
 PC 시대에는 Physical World와 Digital Virutal World 사이의 관문이 좁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양세계의 분리를 낳았습니다. 여기서 The Second Self가 강하게 등장합니다. 온라인 카페, 지식인도 가명으로 활동한다는 점에서는 근본은 Virtual Reality 커뮤니티 서비스에 가깝습니다. 온라인 게임은 대표적인 Virutal Reality이며 게이머는 게임 속에서는 영웅이지만 현실세계에서는 보잘 것 없는 자아인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저는 모바일 환경과 인터넷서비스의 진화로 Virtual Reality에서 Mixed Reality로 패러다임이 옮겨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PC의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로만 국한되던 접점은 이제 스마트폰, 스마트TV, 스마트카, 디지털사이니지로 확대되고 있으며 센서의 장착, 대량보급은 인간오감의 Sixth Sense로의 확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SNS도 일조하고 있습니다. Twitter의 타임라인의 마력으로 낯선 사람도 가깝게, 멀리 있는 사람도 근처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되었으며, 굳이 실명인증을 하지 않더라도 실명 또는 예명을 쓰는 것을 선호하게 되며 온라인의 자아는 오프라인의 자아와 격리된 것이 아닌 연결되고 풍부해진 자아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Matrix의 Neo가 빨간알, 파란알의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그는 Physical World와 Digital Virtual World 사이의 선택의 기로에 있었습니다. Mixed Reality의 세계에서는 두 세계 다 선택하는 것이며 두 세계와 두 자아가 온전하게 연결되고 완성되는 것을 원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제 생각에는 Mixed Reality 시대에 기술, 서비스가 추구해야 할 가치이며, 켜있는(ON 되어 있는) 삶입니다.(Life On Mixed Reality)


질문2. 얼마전 AR 관련 컨퍼런스를 다녀왔는데 지금 발표자가 말하는 AR과는 사뭇 다릅니다. AR 전공자가 보면 격분할 내용인 것 같습니다.
 AR은 이미지프로세싱을 전공한 엔지니어들이 먼저 만든 말입니다. 위치기반 AR은 일본에서 아이폰의 나침반 센서를 이용한 Sekai Camera와 같은 어플을 만들면서 유행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치기반 AR은 짝퉁이 맞습니다. 하지만 AR은 이로 인해 그 개념 자체가 진화해가고 있습니다.
 이미지프로세싱에 기반한 AR은 이미지트래킹을 통해 3D오브젝트를 증강하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PC에서 퍼포먼스가 나는 것을 모바일 환경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도 관심사중에 하나죠. 이것은 스마트폰의 CPU가 Dual Core로 가고 더 개선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입니다. 그것은 순순히 기술적인 접근이며 그 자체는 아무런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일부러 강연에서 Augmented Reality보다는 Mixed Reality라는 말을 많이 썼습니다. AR이 위와 같이 좁은 의미에서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이것은 시험 문제가 아니며 정해진 정답도 없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변화 상황에서 창조를 해 내며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들이며 그에 따라 단어의 의미도 진화합니다. 이것은 30년 전 스티브잡스가 Xerox Palo Alto를 방문한 후 영감을 얻어 철학자, 심리학자, 디자이너, 연극학자, 엔지니어를 모아놓고 Macintosh의 GUI 개념을 만들어갈 때와 비슷합니다. 그들이 던진 질문은 드래그앤드롭을 어떻게 구현할지의 프로그래밍 기술이 아니라 그들이 정립해간 Desktop Metaphor, Agent, Direct-Manipulation 같은 개념들이었습니다. 
 Mixed Reality, Augmented Reality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술은 이미 어느정도 완성되어 있습니다. 아이폰에 초소형 나침반센서, 가속도센서가 들어가고 이것이 일반 사용자의 손에 대규모로 공급되고 앱스토어 개발자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만들어내는 순간 다른 '의미'가 세상에 드러나게 됐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그 의미가 드러날 때는 늦습니다. 그가 창조할 세계의 언어를 다룰 수 있는 리더만이 의미의 세계를 다룰 수 있습니다.
 Mixed Reality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술 관련 컨퍼런스보다는 사진의 역사나 여행의 역사, 곰브리치의 예술과 환영을 읽는 편이 더 낫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던지고 있는 리얼리티에 대한 질문은 플라톤의 이데아부터 브레히트/루카치의 리얼리즘 논쟁까지 수백년, 수천년간 던져온 질문의 응용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술적 용어의 틀에 얽매여서는 안되며, 개념을 이해하고 창조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Dynabook을 고안해 Personal Computer 컨셉을 만든 Alan Kay의 명언을 새겨 봐야 합니다.  "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invent it." - Alan Kay

질문3. 여행과 관광의 차이에 대한 내용 인상적이었습니다. 강연자께서는 여행과 관광 중 어떤 것을 더 좋아합니까?
 개인적으로는 여행과 관광 중 어떤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제가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2011년 현재라는 컨텍스트에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입니다. 관광은 산업사회의 성장 - 도시노동자, 여가, 철도산업의 발전, 박물관, 휴양지 - 과 함께 생겨나고 흥하게 되었지만 지역의 고유의 장소성을 해체하고 획일화했습니다. 
 이것은 산업사회의 필연적인 흐름으로 여겨졌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기술의 발전, 스마트폰의 보급 등으로 위치기반서비스 환경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이야기를 그 공간에 새기되 집단기억으로 남겨지고 드러나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작년 여름 안동에 여행을 갔다가 다음플레이스앱을 이용해 어떤 식당에서 글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몇달 뒤 현지에 사는 공무원이 그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 어떻게 먹으라는 답글을 남겼습니다. 다른 시간대지만 그 장소에 같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안동에 사는 현지인과 서울에 사는 여행객이 어떤 비밀스런 친밀감을 가지게 되었죠. 이것은 트위터 타임라인이 가져온 Digital Intimacy와 유사한 것입니다. 그 지방공무원은 지방의 소외감을 덜게 되고 서울의 저는 안동의 그 장소에 대해 새로운 애착을 느끼게 되어 대도시인의 소외감을 덜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광주에서 벽화를 그리는 시민단체를 알고 있습니다. 이분들은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광주를 방문하는 많은 이들은 이들이 그린 벽화가 있는 장소를 알지 못합니다.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집단적인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장소를 드러나게 하는 것, 사람들이 장소애를 바탕으로 공감하고 소통하고 그것들이 경험되게 할 수 있는 것, 이것을 담아내는 것이 위치기반서비스가 가야할 방향입니다.
 우리는 대도시 집중, 지역 소외, 획일화, 개인의 자존감 상실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새로운 기술에 다원적인 가치를 구현해내어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장소상실에 관한 문제는 어느날 갑자기 나온 문제의식이 아닙니다. 1970년대 이-푸 투안이 <공간과 장소>에서 말했던 현대의 장소성의 상실 문제입니다. 위치기반서비스(LBS) 시대의 도래 때문인지 근 몇년 사이에 장소성에 대한 연구는 그 어느때보다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위치기반서비스를 만드는 모든 사람들은 인문지리학자가 되어야 하며, 새로운 기술적 토대 위에서 기존의 여행도 관광도 아닌 제3의 장소경험을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Reference

1. 발터 벤야민의 문예 이론
-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 이야기꾼과 소설가
- 사진의 작은 역사
발터벤야민의문예이론(이데아총서9)
카테고리 미분류
지은이 발터벤야민 (민음사, 2005년)
상세보기


2. 철도여행의 역사
철도여행의역사
카테고리 역사/문화 > 문화일반 > 생활사
지은이 볼프강 쉬벨부시 (궁리, 1999년)
상세보기

3. 이미지와 환상
- 제3장 여행이 관광으로 - 여행본질의 상실
이미지와환상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 사회문화 > 대중문화이론
지은이 다니엘 부어스틴 (사계절, 2004년)
상세보기

4. 공간과 장소
공간과장소
카테고리 기술/공학 > 건축/인테리어 > 공간디자인
지은이 이-푸 투안 (대윤, 2007년)
상세보기

5. Timeline of photography technology
http://en.wikipedia.org/wiki/Timeline_of_photography_technology

6. The Second Self
- Sherry Turkle 저
- 컴퓨터의 등장으로 사람들이 자아에 대해 변화를 겪게 된 것을 연구한 1990년대 중반의 고전.

- 가상현실 속에 또다른 자아를 만드는 사회현상이 급격히 생겨나는 시점의 연구여서 생생하다.
- 가상현실 시대를 넘어서서 Mixed Reality 시대로 가고 있는 2010년대에 시사할 점이 많다.


7. The Art of Human Computer Interaction Design
- Brenda Laurel 편집
- 1980년대 Macintosh의 탄생을 위해 철학자, 연극학자, 심리학자, 디자이너, 소프트웨어엔지니어 등이 함께 워크샵한 산출물을 모았다.

- 이들의 협력작업으로 지금의 GUI 컨셉(Desktop Metaphor, Agent, Direct-Manipulation)이 확립되었다. 앞으로 GUI 컨셉 정도로 지금까지 없던 UX 개념을 만들어갈 때에 이들의 접근법은 유효하다.

8. Brave New World of Digital Intimacy
- Clive Thomson의 New york times article, 2008
- Facebook, Twitter의 Ambient Awareness를 잘 설명한 기사

9. Computers As Theater
- Macintosh 초기 GUI 컨셉을 리드했던 그리스 희곡 전공자 Brenda Laurel의 1993년 책.
- 컴퓨터를 drama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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